내가 어릴 적에 살았던 대전의 어느 한 동네는 재계발 예정 구역으로 지정되어서 사람들이 떠나가고 빈 집만이 남았다.
사람들이 떠난 집은 빠른 시간안에 폐가, 흉가가 되어서 밤이 되면 이상한 기운이 감돈다.
지금은 완전히 폐가가 되었지만, 어릴 적부터 내가 살던 집은 불운의 기운이 끊이지 않았다. 내가 살던 동네는 원래 주택가로만 이루어진 집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가 여관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여관으로 포위가 된 꼴이 되었다. 한창 예민한 시기인 사춘기 시절에 친구들을 마음대로 초대하기 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우리집 주변은 밤이 되면 마치 사창가가 된 것처럼 홍등이 켜지고 손님들을 유혹하는 자극적인 네온싸온으로 반짝거렸다.
( 약 40년전의 이야기 이기때문에 지금처럼 현대적인 모텔 건물이 아닌, 여관 건물이었으니 조명 역시 조악스럽고 촌스럽기 그지 없었다. )
총 6식구인 우리집은 항상 불화가 끊이지 않았다. 술을 좋아하시던 아버지와 배려심이나 모성애가 부족한 엄마는 늘 마찰과 충돌을 일으켰고 3일이 멀다하고 집안 살림살이를 부수며 싸움을 했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라다보니 4형제도 우애라고는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으로 자라나서 형재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우리집의 옆집에는 우리집과 마찬가지로 4형제가 살고 있는 여관이 있었다. 여관 건물의 한층을 가정집으로 쓰면서 손님을 받는 여관이었다. 그 집의 아들은 한창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자신의 집에 들락거리는 남녀 손님들의 애정 행각에 신경이 많이 쓰였던지 항상 의기소침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 집의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웃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친구들과 놀러갔다가 사고가 나서 죽었다는 말을 하였다. 사건 이후로 그 집의 아저씨는 성경책을 들고다니면서 넋나간 표정으로 교회를 다녔다. 그의 모습은 마치 혼이 빠진 사람 같았다.
그런데 그 집 아들이 목을 메달아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얼마지나지 않아서 곧 동네에 알려졌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가뜩이나 삭막하고 흉흉한 분위기의 골목과 동네 분위기에 이웃 여관집 아들의 자살 사건은 더욱더 암울한 영향을 끼쳤다.
터마다 기운이 있다고 하던데....그 터의 기운은 사람들에게 불운을 가져다주는 터였던 것일까?
그 집으로 이사를 가고 난후 부모님은 더욱더 싸움이 잦아지셨고, 오빠는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가 났고, 아버지는 더욱더 알콜 중독에 빠지셨으며 오토바이 사고마저 빈번하게 당하셨으니 말이다.
무릇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느냐가 중요할 건인대, 그때의 그 집은 지금처럼 폐가나 흉가의 모습이 아닌 어엿한 61평짜리 넓은 뜰과 4개의 큰방을 가진 주택이었는데, 그 안에서 살아간 구성원들이 매일 같이 싸움을 하고 시기를 하고, 서로를 미워하는 모습에 그 터의 안 좋은 기운까지 가세를 해서 더욱더 안좋은 상황으로 몰고가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그 집에 남아있던 형제들은 일찌감치 짝을 찾아서 결혼을 했고, 아버지는 그 집 앞에서 알콜치매로 넘어지셔서 뇌출혈로 돌아가셨고, 엄마는 치매로 요양원에서 연명중이며, 다행히도 형제들은 배우자와 함께 가정을 이루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는 가끔씩 공포 영화를 보고 호러 관련 프로그램을 즐겨 보고 듣지만, 내 기억 속에서 정말로 공포스러웠던 장소는 아마도 내가 유년 시절에 살았던 대전의 집이 아니었을까 생각에 잠기곤한다. 그리고 이 집과 동네는 이제 곧 재개발이 되어서 허물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 곳이 허물어지고, 번듯한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고나면, 나의 암울했던 유년시절의 의 기억들도 함께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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