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문자메세지와 카카오톡 대화가 익숙한 요즘 시대에 손편지를 쓸 일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70년대 태생인 필자만해도 펜팔이라는 것이 유행이였고 해외나 국내의 이름모를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 받는 것은 물론, 친구와의 다툼이 있거나 마음을 전하고 싶을때 혹은 군대에 간 오빠나 남자친구에게 정기적으로 보내주던 손편지의 낭만이 있었습니다.
손으로 한자 한자 적어내려간 편지는 글쓴이의 마음과 정성이 담겨있고, 기다리던 편지를 집배원 아저씨에게 전달받은 날이라도 되면 마치 큰 선물을 받은 듯 마음이 설레였던 소박했던 날들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면서 우리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문명의 이기에 익숙해지면서 문자메세지나 전화통화, 이메일을 통상적으로 쓰게 되면서 손편지 쓰기의 낭만을 잊어가게 됩니다.
저 역시도 손편지를 다시 쓰게 된 것은 이제 노년의 삶에 접어드신 어머니의 건망증이 치매라는 진단을 받게되었을때 "아차"하는 심정과 함께 부랴부랴 손에 펜과 종이를 들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혼전에는 어머니를 모셨지만, 사정상 어머니의 곁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던 때가 잠시 있었는데, 언니와 오빠로 부터 어머니가 자꾸 길을 잃고 헤매시며 식사도 잘 못하신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의 어머니는 기억력이 매우 좋으셨고, 숫자에도 밝으셔서 초등학교 3학년 학력이 전부이신데도 99단을 2단부터 9단까지 지금도 정확하게 외우고 계십니다.
그러한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서 집도 가끔씩 못 찾으실 정도로 악화되었다는 소식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지만, 그냥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때 용기를 내서 손에 집어든 것은 바로 하얀 A4용지와 펜이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어머니에게 마음을 전하자는 생각으로 시작 된 손편지는 어느 덧 하나 둘, 쌓여서 백여통이 되었고 어머니는 매일 저의 편지를 기다리고 편지를 읽는 낙으로 사셨던 모양입니다.
편지에는 유치할 만큼 화려한 그림을 그렸고, 우울한 어머니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활기를 불어넣어드리자는 생각으로 저는 초등학생처럼 편지를 화려하게 꾸미는데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편지내용에는 항상 어머니의 어린시절의 추억과 고향에 대한 향수,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 우리 가족들의 어린시절 에피소드들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고 치매에 걸리신 분들은 손가락 운동을 자꾸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해서 어머니를 위한 컬러링 도안을 직접 만들어서 보내드리기도 했습니다.
어머니와 잠시 떨어져있던 시간동안, 거의 매일 손편지를 써서 드렸는데 나중에는 습관이 되어서 저절로 편지를 쓰게되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편지야말로 사랑하는 분들,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자 마음의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다행히 어머니의 상태는 많이 호전되셨고, 지금은 어머니께서 지어주시는 밥과 반찬을 먹으며 손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모님에게 효도를 하는 것이 꼭 거창한 일을 계획하거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성공해서 효도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지금 당장 부모님께서 기뻐하실 만한 마음의 손편지를 써서 보내드리는 것이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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